서울생활을 정리하고 경주에 내려올 때 스스로 다짐한 것이 있다.
평소보다 글을 더 가까이하고, 마음을 비우는 생활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
경주에선 두 달 동안 꽤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진행한 3건의 현상설계가 모두 성과가 있었고, 한 개는 몇 달 뒤 최종심사를 앞두고 있다.
일이 잘 되는 건 좋은 신호이다. 그러나 진정 지방 소도시에 정착한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으며 며칠 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마침 경주에 꽤나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F&B의 디스토피아인 경주에 개인 미술관이 들어선다는 뉴스였다. (황리단길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아니다.)
유현준 교수 겸 건축가의 작품인 오아르 미술관은 일본 교포의 한 자산가의 개인 컬렉션을 전시한다.
유현준 건축가는 내가 꽤나 좋아하는 선배 건축가인데, 그 이유는 한국의 부족한 건축문화를 일반인들에게 굉장히 설득력있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학문을 쉽게 설명하는 건 어렵게 설명하는 것 보다 훨씬 어렵다고 한다.
상대방의 아는 지식에 따라 설명하는 방법과 쓰는 어휘가 다르다는 리처드 파인만의 짧은 인터뷰가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지방은 소문과 소식이 빠르다.
오아르 미술관에 대해 들리는 소문은 평범한 그저그런 미술관이라는 것이다.
(세간에는 SANNA로 활동했던 '니시자와 류에'라는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의 작품이 될 뻔 했다고 한다. )
그러나 직접 가본 오아르 미술관은 소문과는 조금 달랐다.




유현준 건축가의 유튜브 '셜록현준'에는 이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고분의 모습을 최대한 담기 위해 유리로 멀리언을 만들고 통창을 만들었다는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비단 나도 기대보단 실망을 했다.
멋진 뷰를 이용한 건축적 접근 방식은 다양한데, 그저 큰 창문을 만든다는 건 다차원적 접근이 결여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건축물을 보고 느낀 건 '이 사람은 굉장히 용감한 사람이다' 라는 것.
'결코 우연은 아니다'
이 건축물의 근본적인 접근은 탁트인 뷰가 아니다. 이 친구는 부가적인 요소이며 본질적 가치는 뒤에서 조용하게 얘기하고 있는 듯 보인다.
외관에 쓰인 유리는 저철분 유리며 반사재를 조금 넣었다. 굉장히 깔끔하게 빛이 반사가 되는데, 마치 건물안에 고분이 옮겨 앉은 듯 보였다.
그리고 외관의 주 재료인 패널은 짐작컨데 알미늄 아노다이징...인 것 같다.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배경 속에 존재하는 것 같다.
날씨에 따라 건물의 분위기는 매번 바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사진은 좀 놀라웠던 디자인 요소.
카페 카운터 상부를 거울을 두어 마치 외부인 거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내부에 작은 장치들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바리솔이라는 조명장치에 각종 설비들이 숨어있다. 있는 듯 없는 보이는 사이니즈(signage)들도 매력이 있다.

내가 방문한 시간은 오후 1시정도. 그림자와 구조가 다각형을 만들며 꽤나 재미있는 표정을 만든다. (우연일까 의도일까) 의도겠지.
아래부터는 아쉬운 점이 나온다.


내가 조호건축에서 일을 할 때 이 재료를 쓴 적이 있다. 망포도서관이라고 정말 멋진 작품에 쓰였다.
나무와 플라스틱을 섞은 합성목이다. 물에 강하고 변형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데크로 많이 쓰이긴 하는데, 기술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일반적 나무와 다르게 정전기가 굉장히 많이 일어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전류유도 접지를 꼭 해줘야 한다. 더군다나 난간이 철제라 난간을 잡는 동안 총 5번의 전기가 흘렀다.
시공의 문제일 수 있으나, 플라스틱 합성목이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는 재료이기에 설계 및 시공에 미리 언지를 주었어야 했다.
(망포도서관 프로젝트도 똑같은 문제가 생겼었다)
나가는 길에 직원 분께 이 현상을 잘 설명드렸으나 전달이 될 지 모르겠다.
계단이 꽤나 길게 있어 어르신 분들이 놀라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꼭 해결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