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의 가치가 클수록 지폐 위 그려진 동물도 커진다는 네팔의 화폐는
그 모습조차 찬란합니다.
아라비아 숫자 ‘8’에서 윗 동그라미를 세로로 반을 나누면
네팔 숫자 ‘4’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이런 네팔이란 나라에서 단 며 칠만 보내고
떠난다는 것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떠나기 하루 전엔 꼭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 지도도 없이 잘도 찾아다닙니다.
골목길을 지나가다 보면 낮은 담벼락 넘어 작은 의자가 하나 보입니다.
그리고 아침에나 저녁에나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여인이 있습니다.
사람이 지나가도 눈 하나 꿈쩍 않고 잘도 앉아 있습니다.
하얀 백발이 빳빳하게 굳어 있는 머리카락은
기약 없는 기다림의 흔적일까요.
처마의 그림자가 발끝을 간질여도
딱딱하게 굳은 그녀의 발은 느끼질 못하나 봅니다.
 
마지막으로 찾은 그녀의 의자는
덩그라니 혼자 남겨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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